그렇게 2023년을 보냈다. 혹시라도 하나님이 다시 내 삶에 역사를 하실까? 여름 수련회, 킹덤빌더스멘토링, 겨울 수련회 등을 참가했지만 다른 형제, 자매들과 약간의 화합의 시간이 있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1월부터 다니는 교회 찬양팀에 합류했으며, 친구를 따라 목사님을 만나고 이런저런 모임에 참여를 해봤지만, 여전히 하나님에 대한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대학교에서도 학기 성적은 최악이었으며 뭘 해도 열심을 넣을 수 있는 원동력이 없었다. 급속도로 무너져 가고 있던 가운데 부모님을 뵈러 잠깐 캄보디아에 다녀왔다. 공항에 또 5시간 버스를 타고 겨우 집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부모님 얼굴을 보니 마음 깊은 곳 속에서 안도감과 행복을 느꼈다. 이때 비로소 깨달았다.
"아, 내가 진짜 힘들었었구나." 거의 4주 동안 부모님과 같이 있으면서 망가진 생활 습관과 건강을 회복하고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닫혔던 마음이 슬며시 열렸으며, 교회 수련회에 가서 다른 청년들에게 처음으로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내가 힘들어할 때 하나님은 도대체 뭐하냐고. 내가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왜 찾아와주시지 않느냐고, 내가 올해 유일하게 받은 행복은 오로지 가족에게서 온 거라고. 가족보다 못한 하나님을 내가 어떻게 신뢰하냐고. 진짜 존재 하긴 하시냐고.
울분이 터져 나오면서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분노에 의한 눈물인지, 슬픔에 의한 눈물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답을 찾지 못했다. |